마멸(wear)이란 물체 표면의 재료가 점진적으로 손실 또는 제거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마멸은 공구나 금형과 공작물 사이의 접촉면 형상에 변화를 주므로, 제조공정의 기술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마멸은 가공품의 치수나 품질뿐만 아니라 제조과정에도 영향을 줍니다. 가공공정에서의 마멸 문제로는 마멸된 절삭공구들을 교체하거나 재연 마하는 문제, 마멸된 성형 공구나 금형을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문제 등이 있습니다. 금속가공용 기계는 높은 하중이 작용하는 중요한 부품들의 교환이 용이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마멸이 예상되어 수시로 교체되도록 설계된 부품을 '마멸 부품(wear part)' 또는 '마멸판(wear plate)'이라고 합니다.
1. 응착마멸(adhesive wear)
돌출부들이 응착결합(국부용접)된 상태에서 수평력(마찰력)이 작용하면, 원래 접촉면 또는 이보다 위나 아래쪽을 따라 전단 파단이 일어나게 됩니다. 접촉부위에서의 변형 경화, 확산, 상호 고체 용해도 등과 같은 요인들에 의해 접착부의 결합 강도가 모재의 강도보다 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파단은 주로 연한 재질 쪽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응착 마멸 또는 미끄럼 마멸로 생성된 마멸 파편은 한동안 강한 재질 쪽에 붙어 있다가, 계속되는 미끄럼 작용에 의해 궁극적으로 분리되어 마멸 입자가 되게 됩니다.
접촉면에 불순물이 없는 깨끗한 상태에서 과대한 하중이 작용하거나 접착부의 결합 강도가 매우 강한 경우의 응착 마멸은 스커핑(scuffing : 마찰열에 의해 한 표면이 다른 표면에 용융 부착되면서 떨어져 나가는 현상), 스미어링(smearing : 떨어져 나온 마멸 입자가 다시 한쪽 또는 양쪽 표면에 달라붙는 현상), 찢김(tearing), 골링(galling : 한 표면의 일부가 다른 표면에 붙어 벗겨지는 현상), 시저(seizure : 녹아 붙음) 등과 같은 격심한 마멸 상태로 되어 응착 마멸률이 매우 커집니다.
마멸 거동에서 산화층의 두께가 미치는 역할은 매우 큽니다. 작용 하중의 크기가 작고 산화층이 모재에 견고히 부착된 경우에는 돌출부들 사이의 접합강도가 약하고 마멸량도 작습니다. 즉, 이러한 경우에는 산화층이 방어막 역할을 하게 되어 가벼운 마멸 상태가 되며, 생성되는 마멸 입자의 크기도 작아집니다.
대기 중에 노출된 표면은 산화층 이외에도 가스 흡수층이나 불순물층으로 덮여 있습니다. 이러한 층들은 매우 얇지만, 역시 금속표면들을 분리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돌출부들 사이의 결합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집니다. 따라서, 이들 층들도 응착 결합을 줄이는 방어막 역할을 하며, 궁극적으로 마멸량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집니다.
2. 연삭 마멸
연삭 마멸은 단단한 돌출부가 있는 표면과 이보다 연한 표면이 서로 미끄럼운동을 할 때 발생합니다. 이러한 형태의 마멸기구는 마치 연삭기구와 같이 미소한 칩을 생성하며, 결과적으로 연한 재질의 표면에 홈이나 긁힌 자국을 남깁니다. 연삭마멸은 연삭가공, 초음파 가공, 입자 분사 가공 등과 같은 입자 가공공정들의 원리가 되고 있습니다.
순수 금속이나 세라믹 재료들의 경우, 연삭 마멸에 대한 저항성은 이들 재료의 경도값에 거의 선형적으로 비례합니다. 따라서, 재료의 경도를 증가시키거나 수직하중을 감소시킴으로써 연삭 마멸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한편, 탄성중합체나 고무재료들은 원천적으로 연삭마멸에 대한 저항성을 가집니다. 왜냐하면 이들 재료의 표면 위로 단단한 입자가 지나가는 경우 표면이 탄성적으로 변형된 후 곧바로 원래 형상으로 복원되기 때문입니다. 좋은 예로, 자동차바퀴는 도로표면이 연삭마멸을 촉진시키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긴 수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경화 처리된 강이라 할지라도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3. 부식 마멸
표면에 생성된 미세한 부식물들이 마멸 입자로 되어 떨어져 나오는 현상으로, 표면과 주위 환경 사이의 화학작용 또는 전해 작용에 의해 야기됩니다. 접촉면들 사이의 미끄럼 운동이나 연삭 작용에 의해 부식층이 파괴되거나 제거되면, 새로운 부식층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이와 같은 부식층의 형성과 제거 과정이 계속 반복됩니다. 부식을 잘 유발하는 물질로는 , 물, 바닷물, 산소, 산성물질들이나 기타의 화학물질들, 공기 중의 황화수소나 이산화황 등이 있습니다.
4. 피로 마멸
구름 접촉을 하는 베어링과 같이 재료의 표면이 반복 하중을 받을 때 생기는 마멸 형태입니다. 마멸 입자는 스폴링이나 피팅에 의해 형성됩니다. 또 다른 형태의 피로 마멸은 열피로에 의한 것입니다. 냉각된 금형이 고운의 공작물과 반복적으로 접촉되는 경우처럼, 반복되는 열 하중 하에서는 열응력에 의해 표면에 균열이 생깁니다. 이러한 균열들이 성장하여 결합하게 되면, 표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피로 마멸을 을으키게 됩니다. 이러한 형태의 마멸은 주로 열간가공이나 다이캐스팅에 사용되는 금형에 생기기 쉽습니다. 피로마멸을 줄이기 위해서는 접촉 응력 및 열하중을 낮추거나, 불순물, 개재물 또는 균열의 시작점이 될 소지가 있는 결함들이 제거된 고품질의 소재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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